본문 바로가기

읽은 도서/린 UX 3판

《린 UX》 3판을 읽으며 업무 프로세스 돌아보기

린 UX 3판을 읽게 된 계기

현재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재직중인 나는 기존의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업무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린 UX》 3판이 새로 출간된 김에 해당 도서를 읽어보며 내가 진행하는 업무 스타일과 린 UX 방식을 비교해보고 이를 실무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린 UX》 라는 도서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스타트업 특성 상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해서 가설을 검증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강점인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은, 예전에 《린 UX》 초판본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린 UX라는 개념에 내게 어렵게만 느껴졌고, 그 당시에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린 UX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왜냐면 신입 디자이너였던 나에게 발언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재직중인 곳은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으며 디자이너인 나도 기획 단계에 참여하여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음으로 한 번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린 UX를 통해 개인적 성장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추천사와 서문을 읽으며 돌아본 업무 프로세스

제품이 출시된 후에도 린 UX에 명시된 사고방식은 팀이 계속해서 스케치하고 테스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팀원들이 제품 출시를 프로세스의 끝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린 UX 방법을 사용하여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산출물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비즈니스를 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추천사 17p

책의 추천사를 읽으면서 내게 필요한 것이 린 UX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현재 맞닥뜨린 상황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사내의 주요 제품이 리뉴얼 작업을 통해 디자인과 기능이 개선되어 올해 출시되었다. 하지만 제품 출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제품 출시 이후에 고객사들이 PoC를 진행하면서 전달해주는 VOC들이 점점 늘어나고, 제품 고도화를 위해 작성되는 아이디어는 점차 쌓여간다. 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끊임 없이 스프린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낭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디자인, 개발, 제품 간의 대화를 앞당길 수 있을 만큼의 디자인, 리서치, 글쓰기 작업만 수행한다. 이렇게 최소한으로 실행 가능한 대화를 통해 문서화된 핸드오프를 하며 긴 협상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대신 린 UX 프로세스는 팀의 학습을 나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디자인 아티팩트만 생성한다. - 서문 22p

우리는 뭘 위해 계속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제품 개발을 하는걸까? 고객사들이 원하는 기능을 개발해서 제품을 많이 판매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일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B2B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고객 만족이 매우 중요하다. B2B 를 위한 제품은 무엇보다 제품의 신뢰성이 중요하고, 고객 만족도가 저하되면 이는 곧 세일즈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 조직은 왜 문서화를 잘 안하고 논의하는 내용들이 메신저에서 휘발되고 요구사항을 정리하지 않는걸까?” 그런데 이 구절을 읽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우리는 이미 제품 개발을 위해 최소한 실행 가능한 대화를 통해서 빠르게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나는 디자인 시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하여 gif 파일로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어디를 클릭해야 무엇이 나온다”라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빠르고 편리하다. 간혹 내가 디자인한 시안의 UX 흐름이 이상하거나 어떻게 전개해야 될 지 고민이 될 때도 gif 파일로 제작해서 공유하면 스크린샷보다 더 나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린 원칙은 부서 간 투명한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QA 엔지니어, 마케터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이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하며,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린 UX는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는 투명한 프로세스이다. - 서문 22p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ClickUp 이라는 협업 툴을 통하여 모두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확인 할 수 있다. 어떤 부서든 간에 타 부서가 진행 중인 태스크를 확인 할 수 있어 투명하고 누구든 태스크에 맞는 동료를 지정 할 수 있어서 동료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독려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내가 발견한 버그에 대해 담당자를 FE 개발자 A로 지정하면 이를 확인한 A가 작업을 검토한다. 그러나 그 작업을 파악해보니 프론트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때 담당자를 BE 개발자 B로 지정하고 B가 그 문제를 해결한다. 다른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클라이언트 쪽과 백엔드 쪽 개발이 완료된 태스크가 있다. 이후에 기획 및 디자인 작업 담당자로 내가 지정된다. 이를 확인한 나는 개발된 기능에 대해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기능을 화면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획과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과 검증을 통한 학습에 기반한 모델을 채택하여 얻을 수 있는 사고방식의 변화이다. 단일 관점에서 최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디자이너, 수석 엔지니어, 비즈니스 이해관계자와 같은 특정 인물에만 의존하는 대신, 빠른 실험과 측정을 통해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경험을 외부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관점을 취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가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잘 충족하는지(또는 얼마나 잘 충족하지 못하는지)를 신속하게 학습하고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한 아티팩트 제작을 넘어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책임을 맡게 된다. - 서문 22p

린 UX가 뭔지 순서대로 설명해주는 대목인데 여기에서 읽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왜냐면 한 번 읽고서는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실험과 검증을 통한 학습에 기반한 모델을 채택” 한다는 표현과 “빠른 실험과 측정” 이라는 표현과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으로 진화” 라는 문장이 모두 와닿지 않았고 저자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책에 쓰여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의 힘을 빌려봤다. 먼저 첫번째로 질문한 것은 “실험과 검증을 통한 학습에 기반한 모델을 채택” 한다는 표현이 의미하는 것을 물어봤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ChatGPT가 답변해준 전문은 길이가 길어서 이 곳에 적지 않고 노션에 복사해두고 읽어보았다.

ChatGPT에게 린 UX의 실험과 검증을 통한 학습에 기반한 모델을 채택을 질문해보았다.

두번째로는 “빠른 실험과 측정” 에 대해서 물어봤다.

ChatGPT에게 린 UX의 빠른 실험과 측정을 질문해보았다.

세번째로는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으로 진화”에 대해서 물어봤다.

ChatGPT에게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ChatGPT에게서 얻어낸 답변으로 린 UX의 마지막 원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업무를 할 때 태스크에 주로 목표와 개선 효과에 대해 적어둔다. 이를 ‘가설 설정’ 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뿐 내가 한 행위가 가설 설정에 해당 하는 것이었다. 작은 실험의 경우도 나는 UT를 하지 않고 시안 A와 시안 B를 만들어서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다.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다보면 내가 옳다고 생각한 시안 A가 아니라 시안 B가 사용성이 더 낫다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시안 B를 바탕으로 더 개선하거나 고도화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나의 업무 과정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가설 → 실험 → 데이터 수집 및 분석 → 학습 → 반복 이 과정 속에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할 수 없었다. 수치화된 정량적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고 다만 동료들이 주는 의견을 수집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정성적인 피드백만 얻었다.
ChatGPT가 말해준 디자인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일에는 크게 의견 나누기, 문제 해결, 소통 관리가 있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이 세가지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자사의 제품 안에서 탭의 이름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메신저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채널에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구한다. 문제 해결의 경우도 작업 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FE 개발자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나와 다른 시야를 가진 동료가 있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든든하다. 소통 관리 같은 경우는 사업부에서 말하는 고객사의 VOC나 추가 기능에 대해 개발자들에게 이해 시키기 위하여 업무 별로 담당자를 지정해서 태스크를 만들고 목적과 개선 효과를 분명히 하며 프로젝트를 조율한다.

린 UX는 실제 비즈니스 요구 사항과 구현 사이에서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를 격리시키던 장벽을 허물어준다. 또한, 린 UX는 디자이너를 협상 테이블에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제품 관리 비즈니스 및 기술 분야의 파트너를 화이트보드 앞으로 모아 최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서문 23p

B2B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지만 나는 한번도 비즈니스 요구 사항과 구현 사이에서 격리된 적이 없다. 오히려 비즈니스 요구 사항과 실제 구현 사이에서 이걸 어떻게 구현할 지, 구현 할 수 없다면 대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었다. 사업부에서 요구 하는 것을 개발팀에서 구현 할 수 없다고 말해도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전환하여 이 대신 잇몸이라는 말처럼 A를 A’로 하자고 제안한다. 동료들을 모두 화이트보드 앞으로 모이게 할 수는 없지만 사업부와 개발팀 사이에서 함께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자사 제품에 적용시키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린 UX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어려운 변화 중 하나는 아마도 ‘미완성’ 또는 ‘추한’ 상태의 작업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극복하는 것이다. - 중략 - 우리는 첫 번째 시도가 필연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수년 동안 배웠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빨리 내놓을수록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받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낭비이다. 초기 디자인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면 이미 투입한 노력 때문에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다. - 서문 25p

처음 이 회사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이 지점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직 ‘미완성’ 상태의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업부에서는 제품의 MVP가 나왔다며 시장에 출시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저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초기 디자인은 절대 불변하지 않는 진리 같은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받으면 곧 수정되어야 하는 미완성의 상태인 것이 당연하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지속적인 개선과 반복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위해 연구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되기 때문이다.

업무는 연속적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으며, 다른 팀도 우리의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대신, 우리가 성공하려면 날마다 지속적으로 동료와 소통해야 한다. 팀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서로 생각을 공유하면 산출물이 거대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 본문 1장 6p

사내 ClickUp의 스프린트를 보면 동시에 진행되는 태스크가 많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시간 순서대로 작업을 하기 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도에 따라서 작업하는 순서가 달라진다. 때로는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 있음에도 중요도가 높은 태스크가 등록되면 우선 작업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동료들과 함께 제품 개발 과정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한다.

 


이렇게 본문을 읽기도 전에 추천사와 서문을 읽으며 나의 업무 프로세스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중간에 따로 회고를 하지 않아서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까. 문장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서 메모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장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다음 글에서는 린 UX 원칙에 대해서 알아보고 하나씩 체크해보면서 나는 얼마나 린 UX 원칙과 가깝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참고 서적 : 《린 UX》 3판 - 린 UX 캔버스를 활용한 프로덕트 개발 실무, (주)도서출판인사이트